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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소외됨 - 이방인 리뷰

엄마가 죽었다. 그의 눈에선 눈물이 나지 않았고 그의 가슴은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1박2일의 장례가 끝났다. 여자친구와 몸을 섞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여행을 간다. 그리고 사람을 죽인다. 

재판을 받는다. 재판은 그의 살인이라는 행동보다도 그가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검증하는데 집중하고 그가 그렇지 않다고, 사람이라면 마땅히 느껴야할 감정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사형의 아침, 날이 밝아온다. 그는 이제 삶을 떠나려 한다. 

 

"나"는 감정으로부터 소외된채로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왜 소외되었는지, 처음부터 그랬는지는 하나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냥" 그런것이다. 엄마의 죽음은 그런 그의 소외를 극단적으로 드러낼뿐이며, 그의 살인은 그를 일상으로부터 소외시키며, 그의 재판은 이제 그를 삶 그 자체로부터 소외시키려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인간의 감정으로부터 소외되고, 일을 저지르고 나서는 일상으로부터 소외되며, 마지막으로 삶으로부터 소외되는 과정.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누군가를 인간으로 규정하는 모든것들로부터의 도피, 소외를 잘 그려내었다. 

읽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꽤 많은 부분들이 그의 일상과 그의 따분한 생각들을 그려내는데 할애되고 있으며, 중요한 부분들- 주인공의 감정과 사상이 들어나는 부분들도 작가가 예상외로 공을 들여 설명해주고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바로 모골이 송연할만큼 소외된 자의 첫 독백-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번역이 워낙 다 다르기도 하다)이지만,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이 있었던 것은 바로 마지막 몇 문장들이었다. 

삶과 세상에 무관심했던 그가, 그를 대면하고 있던 세상도 그에게 무관심했음을 깨닫고 기뻐하는, 소외된 자가 발견하는 소외된 세상. 가히 압권이다.

 

"나도 모든 걸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된 기분이었다. 마치 이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씻겨내고 희망을 비워냈다는 듯, 징조와 별로 가득한 밤 앞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 나와 그토록 닮았다니, 형제 나 다름없다니, 나는 행복했고, 또 행복하구나. 이제 다 이루어지도록, 덜 외롭도록, 사형 집행일에 많은 관중이 몰려와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이해주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