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 썸네일형 리스트형 무성의한 어그로 "예수는 신화다" 리뷰 꽤 오래전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책이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이 책의 핵심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독교가 믿고 있는 예수 이야기는 사실 그리스, 이집트, 그리고 동방의 여러 신비주의적 종교신화들을 짜집기 한것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책을 '무성의한 어그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책으로 생각한다. 1. 너무 많은 비중이 “칼수스”라는 고대 기독교를 비평했던 학자의 주장을 다시 빌려오는데 그치고 만다. 특히 예수와 디오니소스의 상관관계, 그리고 기독교의 교리를 다룰때는 말하려는 포인트마다 칼수스라는 학자의 입을 빌린다. 10페이지짜리 과제도 이런식으로 쓰면 점수 깎인다. 사실 그 이외의 부분에서도 한두명의 영지주의적 학자들의 입을 빌려오면서 책이 진행된다. 도저히 학술적으로 검증.. 소외됨 - 이방인 리뷰 엄마가 죽었다. 그의 눈에선 눈물이 나지 않았고 그의 가슴은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1박2일의 장례가 끝났다. 여자친구와 몸을 섞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여행을 간다. 그리고 사람을 죽인다. 재판을 받는다. 재판은 그의 살인이라는 행동보다도 그가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검증하는데 집중하고 그가 그렇지 않다고, 사람이라면 마땅히 느껴야할 감정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사형의 아침, 날이 밝아온다. 그는 이제 삶을 떠나려 한다. "나"는 감정으로부터 소외된채로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왜 소외되었는지, 처음부터 그랬는지는 하나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냥" 그런것이다. 엄마의 죽음은 그런 그의 소외를 극단적으로 드러낼뿐이며, 그의 살인은 그를 일상으로부터 소외시키며, 그의 재.. 굳이 그렇게 읽을것까지야- 파스칼- 팡세 리뷰 "버려진 관념들의 조각" 천재수학자가 죽었다. 그가 남긴 방대한 양의 메모지들은 수학이 아닌 종교에 관한 것들이었고, 그의 이른 죽음을 애석하게 여긴 친지와 친구들이 그 메모들을 12개의 주제로 분류해 모아서 출판한다. 단출하게 제목은 "팡세"- "생각, 사유"라고 붙여서. 파스칼의 유작 "팡세"는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만한다. 이 책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편적인 한두 문장들이다. 이 모든 문장들을 오로지 이해한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지금 이순간에도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고 있는 그 모든 책들과 영상들을 생각해보라. 500년전에 작가조차 완성하지 못하고 버려둔 생각들을 붙들고 있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도 짧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읽히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의 .. 실험이 아니라 실패인 이유는 - 레드벨벳 짐살라빔 (2019) 리뷰 레드벨벳의 곡 "짐살라빔"은 난해하다. 신선하지 않다. 난해한 가사와 종잡을수 없는 전개, 어지러이 흩날리는 신디음을 어렵게 뚫고 짐살라빔을 외치는 이 곡은, 대중의 호응도, 레드벨벳의 음악적 성장도 얻어내지 못한다. 도리어 이곡은 앞에 열거한 가사, 전개, 훅 이 모두 레드벨벳의 커리어 어디에선가 가져와서 가장 매력적이지 못하게 조합한 잡탕에 가깝다. 곡의 매력은 레드밸벳의 다른 곡들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실험의 방향성은 찾기 힘들다. 이 곡을 통해서 레드벨벳과 프로덕션이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 가설이 없는 실험이 무의미한 것처럼, 목표가 없는 난해함은 실패일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BnGBb1wg98 아이오아이 잔혹사-2. Whatta Man 미진한 발전, 여전히 무성의한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1eq9F-t02GY 전작 에 비하면 발전이 느껴진다. 적어도 곡의 텐션이 잦은 템포와 사운드 변화로 망가지지 않아서 보다 듣기에 편해졌고, 멤버 개개인의 목소리도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오히려 꿈과 희망을 강조하던 전작보다 더 에너지가 느껴진다. 분명 "전작에 비하면" 발전했다. 곡의 러닝타임은 3분15초.195초짜리 노래에 후렴이 4번, 95초 동안 흘러나온다. 길지 않은 곡이지만 이미 곡의 끝이 될 때쯤에 지겹게 느껴지는 것은 후렴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자주 출몰하기 때문이다. 후렴을 강조한다고 해서 그 후렴을 변주 없이 계속 주야장천 꺼내 드는 것은 후렴의 매력뿐 아니라 곡 전체를 죽이는 일이다. 적어도 .. 아이오아이 잔혹사- 1. Dream Girls (2018) 리뷰 무성의한 음악, 진부한 메세지 https://www.youtube.com/watch?v=8Zu_yO4pNEY 아이오아이라는 걸그룹의 존재는 여러모로 큰 족적을 남겼다. 가장 큰 의의는 쇠락해가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명을 크게 연장시켰다는 것과, 연습생은 있지만 인지도와 기획력은 부족한 중소 기획사들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었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수많은 논란 가운데서도 엠넷에서 시즌을 이어가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투표로 걸러진 정예 멤버들을 모아서 그룹을 만들었다. 멤버 개개인의 매력은 몇 달간의 방송을 통해 충분히 알려졌고 각 멤버들을 지지하는 펜덤까지 이미 있다. 다른 신인걸그룹에 비해서 최소 50보는 앞서는 출발이다. 그룹 이름이 무엇으로 정해지는지가 한동안 연예 뉴스 톱에 배치.. 맥락없는 컨셉의 처참함- 오마이걸 반하나 -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2018)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rW9r_1ys2ec 오마이걸 반하나라는 그룹은 목적과 성격이 정확히 오렌지 카라멜과 일맥상통한다.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멤버들을 모아서 여자 아이돌의 앨범 타이틀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곡을 발표하는 아이돌 유닛.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은 모그룹의 아직 낮은 인지도를 인식한 듯 유닛으로 나올 때도 모그룹의 이름을 충실히 홍보한다는 정도일까. 일회성으로 지은 그룹의 이름은 논외로 하더라도 도대체 오마이걸과 바나나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두 달 전까지 "나의 맘에 작은 정원"(비밀정원)을 노래하던 소녀들이 갑자기 나는 “바나나에 알러지가 있는 원숭이”라고 말하려면 최소한의 스토리와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훅을 밀기 전.. 김지연 (케이)- I go (2019) 리뷰 맞지 않는 옷의 비애 https://www.youtube.com/watch?v=64aRu2Lx43w 컨셉과 방향성이 확실하다. 디즈니 OST나 뮤지컬에서 보이는 작법-처음에는 여리고 나약하게 시작하다가, 악기를 추가시키고 멜로디도 상승하면서 끝에는 웅장하게. 레릿고 레릿고 거기에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까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독이 되고 말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아티스트가 곡을 주도하지 못하고 스트링편곡으로 치고나오는 곡을 힙겹게 따라간다. 편곡은 웅장해지고 음은 높아져만 가는데 아티스트가 그 모든 상승의 꼭대기에 있지 못하고 음을 간신히 소화하면서 곡을 이어간다. 자연스럽게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의 의미도 퇴색되고, 김지연이라는 보컬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처음에는 편곡의 실수인가 싶었지.. 이전 1 2 다음